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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도 포도 봉봉

외계인이 집에 왔다. 밥먹으러 온 것 같다.

| SF / 코미디 |@type.songlo
외계인이 집에 왔다. 밥 먹으러 온 것 같다. 말이 없어 확실히는 모르겠다. 배를 살살 부비는 행동과 냉장고를 거덜낸 걸로 보아 우주에 먹을 게 별로 없었나 보다. 무섭지는 않았다. 새벽부터 고양이의 우다다가 너무 심해 깼더니 완전 무해하게 생긴 외계인과 놀고 있는 게 아닌가! 상상 밖으로 귀엽게! 외계인은 반투명한 하얀 피부가 젤리처럼 말랑한데 그래서 고양이 털이 잔뜩 붙어 있었다. 눈은 바둑알처럼 까맣고 동그란데 만화 같다. 놀란 얼굴로, 몸은 꼼짝도 못한 채, 요리조리 눈만 고양이와 내 눈치를 번갈아 살피는데 어찌 무서울 틈이 있을 수 있겠나. 키우고 싶을 정도였다. 키우면 FBI 같은 게 문을 부수고 들어와 우리 셋을 다 잡아가겠지? 배고픈 거 같으니까 밥 먹이고 보내야지 싶어서 장을 보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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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취준생이라 편의점에서 예산과 도시락과 삼각 김밥을 신중히 저울질해 골랐다. 음료수는 한참 고민하다가 봉봉 두 개를 샀다. 외계인은 눈사람처럼 얼굴과 배가 볼록하고 살이 좀 찐 편인데, 외계인은 다 그런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 많이 먹는다. 나는 삼각 김밥을, 고양이는 아그작 사료를 씹어 먹고 외계인은 벌써 도시락을 두 개나 축내고 봉봉을 마시는데 너무 좋아하더라. 포도알 하나하나에 감탄 감탄을 하면서 투명한 볼이 발그레 분홍색이 되는 게 너무나도 귀여웠다. 근데 마지막 포도 봉봉 알갱이가 캔의 벽에 달라붙었나, 동그란 손으로 탈탈 털고 둥근 고개를 뒤로 젖혀 그 위에서 봉봉 캔을 막 흔들어대는데, 그거 혀로 먹어야 되는데 하면서 혀를 메롱 보여줬더니, 얘가 갑자기 시무룩해지더라.
@type.songlo
메롱은 외계인들한테도 심한 욕인가 미안했는데 알고 보니 혀가 아예 없는 것이었다. 외계인은 다 그런지 얘 혼자만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혀가 없어서 감탄사만 귀엽게 남발하고 정작 말은 없었나 보다. 밥만 먹으러 온 건 아닌 것 같다. 말은 못 하더라도, 얼굴을 마주하고 같이 밥을 먹는 거. 서로가 서로에게 외계인일진 몰라도 밥을 먹는 얼굴들은 똑같다. 밥을 먹고, 눈을 들어 서로를 본다. 그리고, 넓은 우주에서 혼자 밥을 먹는 건 나라도 싫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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