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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저기 야자수와 흰 모래가 예쁜 섬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눈길을 주니 옷을 벗는다.

| SF / 드라마 |@type.songlo
저기 야자수와 흰 모래가 예쁜 섬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눈길을 주니 옷을 벗는다. 헤엄쳐서 내가 사는 섬으로 넘어온다. 차를 함께 마시면서 노래를 해준다. 목소리는 굵고 깊다. 동시에 아이 같음이 있다. 끝내준다. 같이 춤을 추다가 키스하고 내가 원할 때까지 얘기를 나누다가 사라진다. 아무래도 외계 문명에 납치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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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은 없었다. 아니, 그랬으면 한다. 재밌잖아. 아닐 이유도 없고. 외계인 납치 가능성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어져 가슴이 두근댔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알아서 옷을 벗고 헤엄쳐서 오는데 갑자기 하나씩 수영을 멈춘다. 물에 가라앉지도 않는다. 기괴하다. 진짜 외계인 상황인가? 몸에 소름이 돋는다. 파도같이 짜릿하다. 너무 좋다. 근데 그렇게 좋았던 소름이 갑자기 기분 더럽고 끈적한 닭살로 쭉 바뀐다. 들이쉬는 공기가 젤리처럼 물컹하게 삼켜진다. 이런 머저리같은 새끼가 설마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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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아웃 20분째. 아기가 되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요? 젖이나 받아서 먹으면서? 아들이 물었다. 자기도 팅가팅가 지원금을 받는 것이. 나는 미소를 지었다. 눅눅한 숨을 달래 겨우 답을 해냈다. 그래, 엄마는 그래도 괜찮다. 나 죽으면 다 돌아가는 돈 아니냐. 빨리 해결 좀 해달라.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5분 만에 아들은 날 설득하길 포기했고 폰을 들어 여기저기 전화를 걸지만, 뻔했다. 죄송하다고, 카드에 문제가 있었다고 둘러댄다. 내일 아침에 돈 내준다고 말한다. 아들 마음은 잘 안다. 내가 그리운 것이다. 고맙다. 미안하고. 그런데, 설마 했는데 방에서 나간 아들 녀석이 또 통기타를 팅팅대며 들고 와서 내 앞에 앉는다. 벌써 20년도 더 전인가 내가 사준 망할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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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게 웃으면서 또 자기가 AI 없이 두 달이나 나를 위해 쓴 거라며 당연한 듯 기타 줄을 튕기는데 정말 하나도 안 좋고 배 속에서만 뭐가 뒤틀리는데 표정은 관리를 하다가 팅팅티잉. “아 쫌 그만! 제발! 그만 좀 해주면 안 되니!?” 실수다. 또 못 참고 실수를 해 버렸다. 아주 큰. “미안해. 엄마가.. 엄마가.” 말도 잘 안 나와서 웃음 같은 걸 웃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정말로. 참기 힘들 정도다. 진짜로. 그렇게 말했지만 아들은 카드 진짜 내일 아침 9시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쉬시라며, 죄송했다고 끼이익, 기타를 잡고 일어나 나간다. 얇은 다리로 걸어서. 망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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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다리가 있다. 60년을 넘게 매일 부지런히 움직인 두 다리. 이제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 저려서 한참 주물러야 했다. 그래도 아랫배가 불편한 게 화장실에 가야 한다. 화장실 문고리가 뻑뻑하고 무겁다. 겨우 끝까지 돌려서 열고 들어가 엄지로 힘껏 눌러 잠갔다. 변기에 앉았는데 한참 오줌이 나오질 않는다. 눈을 꼭 감았다. 저기 아주 멀리 작은 섬이 하나 보인다. 야자수도 있을까? 집중할수록 섬은 더 멀어졌다. 아. 몰라. 이 씨발. 몰라 다. 몰라.
혈압 저하 감지. 사용자의 이상 상태를 확인했다. 사용자 동의에 따라 사용 가능한 모든 센서를 활성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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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카메라에서 사용자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는다. 심박수 저하 감지. 반지형 기기의 마이크 입력값을 기반으로 현재 행동을 추정한다. 지속적인 힘주기 소리가 감지된다. 배뇨가 시작된다. 소변은 소량씩 배출되다 중단된다. 사용자의 3개월 이내 사망 가능성이 60%를 초과했다. 사용자를 건강 고위험군 계정으로 재분류한다. 사용자의 천국 접속을 차단한다. 등록된 비상 연락처로 경고 메시지, 치료 권고, 현재 추정 상태 및 계약 해지 통보를 전송한다. 수신 확인 완료. 이용 약관에 따라 천국과 사용자의 모든 계약 관계가 즉시 종료된다. 모든 센서의 측정을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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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연달아 쏟아져 들어온 문자와 이메일을 읽다가 품고 있던 기타를 옆으로 치우고 이불에 가만히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등을 들썩거리더니 꺼억꺼억 울었다. 그런다고 덕지덕지 방음 스펀지가 붙은 벽 뒤 화장실에서 울린 쿵. 둔탁한 소리를 못 들었다. ‘내일 말씀드려야지.’ 울며 생각한 아들은 곧장 콜라와 수면제를 삼켰다. 그래서 밤새 단 아홉 걸음을, 엄마 방까지를 한 번 못 갔다. 새벽녘, 잠긴 화장실 문에 놀란 아들은 낯설게 열려 있는 엄마 방 문을 들여다보았다. 어둔 방에 탁한 푸른빛 창문이 혼자 뚫려 있었다. 한숨이 푹 나왔다. 자기 숨 소리를 듣고서야 아들은 덜컥 불안해졌다. 집이 너무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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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엄마를 부르거나 잠긴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 휴대폰 먼저 봤다. 폰을 튕기는 엄지손가락을 따라 찌푸러지던 그의 눈이 일순간 커졌고 손이 즉시 옆으로 벌어지는 입을 틀어막았다. 주머니에 폰을 넣고 두 손으로 맨얼굴을 몇 번이고 쓸어내리고 나서야 그는 화장실 문을 똑똑 노크했다. “엄마?” 문을 보고 엄마를 불렀다. “엄마.” 부를 때마다 그는 얼굴이 변했다. 결국 울기만 하다가 엄마가 잠근 문은 열지도 못 했다. 소방 대원이 10초 만에 열어줬다. 엄마의 장례식이 끝나고, 며칠이 지나서야 그는 기타를 잡았다. 엄마는, 어려서 외계인을 좋아했대. 엄마는 그래서 납치됐어. 외계인에. 두 시간을 앉아 노래를 지어 부르다가 벽에 기타를 던졌다. 근데 진짜 기타 모서리가 부서졌다. 티잉- 망가진 소리가 한참 집을 울렸다. 그는 기타 대신에 폰을 들어 천국 설문을 마친 뒤 1인 구독을 신청했다. 즉시 센서가 측정을 시작했고 구독 승인 메시지가 왔다. 천국 로그인팀의 방문일정은 넉 달 뒤, 아침 9시로 예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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