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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부

당근에서 라부부 한정판을 구했다. 딸에게 선물했더니, 받자마자 울어버린다.

| *눈물 주의* |@type.songlo
당근에서 라부부 한정판을 구했다. 딸에게 선물했더니, 받자마자 울어버린다. 유행 다 지나고 사주면 무슨 소용이냐고. 사달라고 할 때는 안 사줬으면서.. 말 끝을 흐리면서 너무 서럽게 울었다.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때 못 사줘서 미안했다고, 아빠도 사주고 싶었는데 여윳돈이 없었다고 구차하게 변명하며 우는 딸을 보고 있자니 나도 눈이 왈칵 젖어왔다. 그러자 딸은 눈물을 그쳤다. 코를 훌쩍이면서 눈을 비벼 남은 눈물까지도 닦아내고, 그래도 이건 한정판이라서 좋다며 고맙다고 팔로 살짝 나를 안아주고는 신이 나서 웃고 있는 라부부의 수많은 이빨을 하나 하나 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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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두울, 세엣, 넷.. 다섯, 여서엇..” 잠깐의 정적에 뭔가 긴장이 되었다. “일곱, 여덟, 아홉, 여얼.” 딸이 활짝 웃었다. 정품 맞다고. 정품에다가 완전 초레어 한정판이라고. 너무 너무 좋다고 고맙다고 사랑한다 해주면서 이번에는 두 팔에다 가슴까지 나를 꼭 감싸 안아주었다. 나도 눈물을 훔쳤다. 뿌듯하고 미안했다. 그렇게 졸라댈 때 사줄 걸. 5, 6만 원 살도 뺄 겸 밥 몇 끼만 안 먹으면 되는 건데. 늦으면 늘 후회만 남는다는 걸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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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유행이 지나서 그런가 한정판을 어렵게 5만 원에 구해서 다행이다. 딸은 내게 오늘은 자기 옆에서 자라고 명령했고 나는 명을 받들었다. 딸은 라부부를 품에 안고 말도 없이 금방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사진을 찍었는데 찰칵 소리가 너무 커 놀랐다. 혹시 딸이 깰까 봐 잠시 가만히 있었다. 새근새근 딸의 숨소리는 듣기에도 좋았다. 역시 우린 한 번 잠이 들었다 하면 누가 크게 흔들어 깨울 때까지는 왠만해선 깨지 않고 푹 잘 잔다. 역시 내 딸. 자랑하고 싶었다. 나도 딸에게 이런 선물을 주기도 하는 아빠라는 걸. 휴대폰 스피커 구멍을 손으로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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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얼굴은 안 나오게 딸의 팔에 안겨 웃는 라부부의 사진을 찰칵 하고 찍었다. 처음 볼 땐 괴상했던 라부부도 다시 보니 웃는 모습이 제법 귀여워 보였다. 「 라부부 초레어 한정판 선물 받고 좋다고 꼭 껴안고 주무시는 우리 공주님. #딸스타그램 #라부부 #딸 #아빠 #사랑한대🥰 」 진짜 오래간만에 피드에 그렇게 사진을 올렸고 딸의 숨소리를 듣다 곧장 잠이 들었다가 알람 소리에 깼더니 휴대폰에 알람이 수백 개가 떠 있었다. 축하를 받았나? 뭐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서둘러서 인스타를 열었더니 라부부 사진에 댓글이 이백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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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은 이빨이 아홉 갭니다. 🤣🤣🤣」 댓글에 좋아요가 오백 개. 「ㅠㅠ 공주님 깨시기 전에 이빨 하나 뽑으시죠.」 댓글에 좋아요 삼천 개. 앞이 잠깐 깜깜해졌다. 딸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아침을 차려놓고 딸을 흔들어 깨웠다. 내 손에 한참 흔들리던 작은 어깨가 조금씩 깨어나 마침 눈을 뜬 딸은 라부부부터 찾아 품에 꼭 안더니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 가방에는 달고 다니지 않겠다고. 귀한 거라 때 타는 게 싫다고. 고맙다고. 손에 든 휴대폰을 꼭 쥐고 버텼다. 숨도 참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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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 명보다는 딸이 어른스럽다고 자랑스러워하자고 내게 최면을 걸듯이 애써 스스로를 달래 눈물을 꼭 삼켰다. 학교에 갈 준비를 다 해놓고 아침을 먹고 있는 딸에게 인사하고 집에서 나왔다. 닫힌 현관문 앞에서 한숨부터 푹 나왔다. 그래도 앞으로 걸었다. 하나씩. 일단 지하철역까지. 멍한 몸을 지하철에 실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창을 뚫고 밝은 햇빛이 어둡게 구겨진 내 얼굴을 때렸다. 한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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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고개를 처박고 휴대폰을 보았다. 괜히 어제 찍은 사진을 보다가 라부부의 이빨을 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얼른 고개를 흔들어 숫자들을 떨쳐냈다. 아내 사진 폴더로 가 아내를 만났다. 아내를 보며 속으로 약속했다. 청혼할 때 했던 약속을, 임신했을 때와 딸이 태어났을 때도 했던, 아내가 떠나버린 날도 했던 약속을 똑같이 그대로. 스스로 또 다짐하듯이 말이다. 고개는 아래로 푹 숙인 채로 햇볕을 다 맞으면서. 그때 손에 든 폰으로 딸의 문자가 들어왔다.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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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옆에 창문이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는 것을 보니 오늘 이른 새벽녘 찍은 것 같은데, 곤히 잠든 내 얼굴 옆에 딸은 자기 얼굴을 나란히 붙이고 창밖보다 밝게 웃고 있는 딸과, 웃는 라부부까지. 연달아 온 문자로 딸은 그게 가족사진이라 했다. 나도 모르게 사진 속에 웃고 있는 둘처럼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지하철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가운데도 말이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술을 꼭 다물고 가족사진이 담긴 휴대폰을 꼭 쥐었다.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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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거운 시선을 들어 올려 윤슬이 반짝이는 한강을 눈에 담아내었다. 여전히 넓고 깊은 색이었다. 숙여지려는 고개를 목에 힘을 주고 버텨냈다. 눈도 피하지 않았다. 나는 분명 한강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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